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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게임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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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더타운에서 팀빌딩 후 한컷)

지난 11월, 스마일게이트에서 주최한 스토브 인디 온라인 게임잼에 프로그래머로 참가했다.
해커톤은 처음이었는데 혹시나 내가 잘 못해서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팀빌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이 자꾸만 들어서 과할 정도로 긴장했던 것 같다. 시작하기 30분 전부터는 거의 체할것같은 기분이었다..ㅋㅋ 그나마 온라인이어서 그정도였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원래는 첫 게임잼을 기념해서 어떻게 진행됐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적으려고 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끝맺음이 썩 좋지는 못했어서, 자세히 적다보니 그때의 아픈 기억까지 선명하게 떠오를 것 같아 결국 다 적지는 않기로 했다. 물론 막 프로젝트나 팀이 터졌다거나, 이번 대회 참가를 아예 없었던일로 하고싶다거나, 앞으로 다시는 참가할 생각이 없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냥 혹시모를 다음 게임잼을 위한 내용 위주로만 기록해보려 한다. (거의 반성문에 가깝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걱정하던 부분들은 이번에는 운 좋게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이 씁쓸했던 것은 어찌보면 해커톤에서 가장 중요하고 당연하게 고려해야할 것들을 하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뭐 처음이었으니까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한다.ㅜㅜ



이번 게임잼에서 깨달은 것

1.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겪었던 일 중 하나만 말하자면, 마감 몇시간 전에 갑자기 깃허브 서버에 오류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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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것 외에도 혼자 작업하는게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천재도 아니기 때문에 병합할 때 생기는 문제들이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처음부터 마감시간보다 몇시간 빨리 끝낼 생각을 해야 한다. 최소 6시간?
당연한 소리고 나도 그렇게 다짐은 했지만 아무래도 그걸 좀 막연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게 문제였던 것 같다. 6시간이라는 것도 진짜 최종(빌드파일 업로드)을 말하는거고, 각자 맡은 파트는 최소 12시간 전쯤 다 끝내고 그때 최종 병합을 했어야 했다. 물론 프로젝트마다 좀 다르겠지만 일단 이번 프로젝트 기준으로는 그렇다.
중간즈음에 예상보다 구현이 순조롭다고 느꼈을 때 잠시 방심하지는 않았나 반성도 해 본다.(그렇다고 논 건 아니고) 여튼 심적으로도 여유 갖지 말고 그냥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다고 마음먹는게 좋다. 그래야 팀원이 갑자기 급한 일정이 생겼다거나 후반에 예상치 못한 이슈로 작업이 정체되더라도 대처할 수 있고 혹시나 어려움을 느끼는 팀원이 있다면 도와주는 것도 가능해지니까.
물론 게임잼은 즐기면서 하는 페스티벌 같은 것이지만, 나는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더 비장해졌다. 일단 완성을 시켜야 즐기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기획발표 때 다음날 점심에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하시던 기획자분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듣고 헉 가능한가? 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셨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그 팀은 마감시간 한참 전에 완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나와 상대의 역량을 잘 파악하고 작업을 분배할 것

이것도 당연한 소린데 그 당연한걸 이번에 못했다. 초반에는 한분이 일정이 있어서 안 계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이후에라도 조정했어야 했다. 잘 모르겠다고 1/N? 절대 안된다..
이제와서 변명이긴 하지만 본 게임잼에 이미 현업자이시거나 경력이 많으신 분들도 많이 참가한다고 들었고 처음 앉았던 테이블에 계신 참가자분들도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첫 참가부터 내가 리드 포지션을 맡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어서 아무래도 처음 작업 분배 과정에서 좀 소극적으로 행동했었던 것 같다.
애초에 내 실력이 어느정도인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건 언제든지 설명할 수 있도록 체크했어야 했는데 이번 계기로 반성하게 되었다. 처음이라 안전하게 개발 난이도가 낮은 기획을 선택했었기 때문에 어느 파트든 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는데, ‘어느 기능을 몇 시간 내로 구현할 수 있는지’ 정도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다른 플머분들도 게임잼이 처음이거나 원래 기획자이셨던 분이라 마찬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워하셨었다.
아예 자기소개 시간에 작성한 프로필로 미리 파악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이번엔 처음이라 정신이 없어서 미처 그럴 생각을 못했지만 다음번에는 나도 더 상세히 적어놓고, 다른 분들의 자기소개도 둘러보아야겠다.

3. 소통 중요★★★

이게 제일 큰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2번도 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온라인이어서 더 그랬던것도 있다. 그래서 언제 다시 오프라인 개최가 가능해질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더 신경써야 한다.
첫째로 팀원 간에 각자 개인 일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히 몇시부터 몇시까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돌발일정이 생기면 그것도 즉시 업데이트해서 모든 팀원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서로의 작업 진행도를 작은 단위로 계속 알 수 있도록 할 것. 협업 툴을 통해서든 채팅을 통해서든, 어느정도까지 구현했는지 결과물도 한번씩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금 귀찮을지는 몰라도… 한번에 하려다가 뒤늦게 문제를 발견해버리면 그땐 이미 늦었다.
물론 이 또한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그 당연한걸 못했다.. 다른것들도 다른거지만 이것만큼은 다음부터 절대로 문제가 없게 하자고 다짐했다.

4. 밤샘?

이건 이번에 나한테는 딱히 문제가 없었지만 이것도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오죽하면 주최측에서 리폿시스템을 만들고(이것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팀원을 모집할 때 수면권 보장 공약을 내거시는 기획자분들이 계실 정도니까 말이다.
원래 나는 첫째날 밤을 샐 계획이었는데, 당시 같은 팀원 중 경험자분의 조언에 따르면 둘째날에는 무조건 밤을 새게 될 테니 플머는 초반에(기획과 아트가 작업하는 동안) 미리 조금이라도 자두는게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러가기는 했는데 어째 영 마음이 편치 않아서인지 계속 뒤척이다 거의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래도 웬일인지 컨디션은 괜찮아서 다음날 밤샘작업에 차질은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다음에 참가하게 된다면 그때는 최소한 걱정되지 않을 정도의 작업은 마쳐놓고 눈을 붙일 생각이다. 그런데 진짜 무리하다가 자칫 잠들어버려서 일어나지 못하면 정말 그만한 돌발상황이 없으니 이틀 내내 밤샐 각오는 웬만하면 하지 말고, 밤샘이 힘든 사람들은 차라리 미리 말을 하고 조금 할당량을 덜 가져가는게 훨씬 나은 듯하다.


그 외(개발 관련)

이번 게임잼에서 만든 게임은 2D 횡스크롤 달리기 게임이었는데, 로직도 그렇지만 PC 플랫폼에 고정 해상도였기 때문에 터치라든가 가변 해상도 대응 같은 것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어서 개발 난이도 자체는 정말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은 내 작업을 오후쯤에 완전히 끝내버릴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애니메이션이 디테일이 필요한 요소라 오래 걸렸다. 기획상 점프와 동시에 팔을 휘두르는 모션이 있어 상/하체 애니메이션을 따로 만들어주어야 했고, 각 모션 별 프레임 수가 아트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리소스를 받아서 그에 맞게 다시 간격을 조정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2D 애니메이션을 다룬 경험이 있기는 했는데 오랜만에 건드려서인지 속도있게 작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리고 아무래도 시간 압박이 있다보니 코드의 가독성을 신경쓸 여유가 부족했던 것도 조금 아쉬웠다.



뭔가 쓰다보니까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암튼 여러모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처음에도 적었듯 이런저런 문제들로 시간이 부족했어서 마감시간에 기획서대로 100% 완성시키질 못하고 빌드를 올렸었는데
막판에 꽤나 치명적인 버그에(나중에 이 버그의 원인을 찾았는데 진짜 별것도 아니라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원활하게 플레이가 가능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정말 팀원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했고, 내가 다 망쳤다는 생각에 멘탈이 박살났었다. 팀원분들은 괜찮다며 수고하셨다고 말씀해주셨지만 끝난 후에도 플레이 장면들이 내내 머리속에 남아 도저히 아까움과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록 게임잼은 끝났지만 혼자서라도 마저 완성시켜보기로 결심했다. 기획서도 다 올라와 있고 구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볼륨이 큰 것도 아니라서 더욱 안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유로 하는것이다보니 다른분들께 같이 작업하자고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냥 혼자 해보기로 했다.
사실 사흘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마지막에는 멘탈까지 가루가 되어서 상태가 너무 좋지 못했지만 발 뻗고 잠을 잘 수가 없어 결국 바로 다음날 완성시켜버렸다. 그제야 속이 좀 후련했다..
한편으로는 나혼자 미련 못 버리고 끝난 프로젝트 붙잡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새벽에 디코에 남아서 작업하던 중에 어떤 다른 팀 팀원 몇분께서 놀러오셔서 말을 걸어주셨었는데, 그분들도 추가로 작업할게 있어 하고 계셨다는 얘기를 듣고 의미없는 행동은 아니구나 싶어서 기운을 좀 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구현은 다 끝난 상태고, 현재 리소스 업데이트나 난이도 관련해서만 살짝 조정할게 남았다. 컷씬을 담당하셨던 아트분께서 프로젝트 업데이트 소식을 듣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컷씬을 퀄업해드리겠다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최종 완성본은 인게임 컨셉과도 비슷한 크리스마스쯤이 될 듯하다. :)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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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13 - 스터디 문제집(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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